피플

2026. 09. 28

PM의 기획노트 | 2편. 이야기가 넘치는 채팅방을 위해, 소통의 경계를 넓히다

에브리타임 지역채팅 론칭과 사용자 반응

PM의 기획노트 | 2편. 이야기가 넘치는 채팅방을 위해, 소통의 경계를 넓히다PM의 기획노트 | 2편. 이야기가 넘치는 채팅방을 위해, 소통의 경계를 넓히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하루에도 몇 번씩 메신저를 연다. 꼭 확인해야 할 알림이 없어도 그렇다. 그곳에 나눌 이야기가 있고, 다시 말을 걸고 싶은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에브리타임의 채팅방도 유저들에게 나눌 이야기가 많은 공간이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그런 공간이 되면 자연스럽게 유저들의 발걸음도 잦아질 테니까. 그렇다면 무엇부터 바꿔야 할까.


곧바로 기능을 떠올리지는 않았다. 새로운 것을 만들기 전에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이 있었다.


유저들은 지금 에브리타임 채팅방에서 어떤 유저와, 언제, 얼마나 자주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까?


채팅 출시 이후 쌓인 데이터를 처음부터 다시 열어봤다. 그러자 해마다 거의 같은 시점에 반복되는 흥미로운 흐름 세 가지가 눈에 띄었다.



해마다 반복되는 흐름 세 가지


첫째, 그래프는 매년 같은 시점에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수능이 끝나는 11월 중순부터 채팅 지표가 슬금슬금 오르기 시작해, 개강 시즌인 3월엔 정점을 찍는다. 종강 시즌보다 5배 넘는 유저가 몰리는 달이다. 그런데 4월이 되면 어김없이 방향을 틀어, 종강 시즌까지 완만하게 가라앉는다. 매년 반복되는, 낯익은 흐름이었다.


둘째, 이 활발한 시기의 유저 중 과반수가 새내기였다.


셋째, 게시판은 별로 활발하지 않은데 유독 채팅방만큼은 살아 있는 학교들이 있었다.


세 조각을 나란히 놓고 보니 읽히는 그림이 있었다. 새내기들에게는 개강 직후까지도 채팅에 대한 니즈가 분명히 남아 있었다. 그리고 채팅은 게시판의 크기와는 무관하게 홀로 커질 수 있는 기능이었다.


그렇다면 다음 질문은 자연스러웠다.


“왜 개강과 동시에 그 니즈가 줄어드는걸까?”



같은 학교가 아니라 같은 생활권

떠오른 가설은 하나였다. 온라인에서 이어지던 관계가, 개강과 동시에 오프라인의 대학생활 상권으로 옮겨가는 게 아닐까?


개강 전에는 '같은 학교 합격자'라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할 얘기가 넘친다. 그런데 개강과 동시에 관심은 맛집, 모임, 동네 생활처럼 강의실 밖 생활 반경으로 흩어진다. 캠퍼스라는 단위로 꽉 묶여 있던 채팅은, 그 넓어진 관심사를 담기엔 너무 좁은 그릇일 수 있다.


이 가설은 어느 날 갑자기 떠오른 게 아니었다. 다시 뒤져보니, 근거는 이미 도처에 있었다. 그저 눈에 띄지 않았을 뿐이다.


"근처 학교들이 기숙사나 체육관 같은 시설을 공동으로 쓰고 있어서, 관련 얘기를 에브리타임에서 같이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같은 캠퍼스를 공유하는 학교 간 연합 동아리를 운영하고 있는데, 에브리타임에서는 캠퍼스 간 소통이 안 돼서 불편해요." 인터뷰 자리에서 나온 말들이었다.


행동으로도 이미 말하고 있었다. 학교 근방 맛집 리스트 글은 유독 스크랩 수가 많았다. 게시판 추천 반응을 살펴보면, 맛집 게시판에 반응한 유저가 23%, 기숙사 게시판에 반응한 유저가 11%로, 생활 밀착형 게시판이 상위 관심사를 차지하고 있었다. 유저들은 진작부터 '캠퍼스 밖 생활권'을 향한 관심을 나타내고 있었다. 다만 그걸 담아낼 곳이 없었던 거다.



여러 카드 중에 '지역'을 골랐다

이 니즈를 충족시킬 방법으로 여러 기능이 거론됐다. 관심사로 묶는 채팅, 게시판 통합, 팀플과 동아리를 위한 협업 도구까지, 여러 안이 테이블 위에 올라왔다.



그중에서도 지역채팅을 첫 카드로 꺼낸 이유는 분명했다. 앞서 확인한 공유 시설에 대한 소통 니즈와 학교 근방 생활 정보에 대한 관심, 이 모두가 결국 '같은 생활권'이라는 하나의 지리적 맥락 위에 놓여 있었다. 그렇다면 가장 직관적인 가설부터 검증하는 게 맞았다. 실제로 만날 수 있는 거리에 있는 학생들을 먼저 연결해보자는 생각이었다.



기획하며 가장 오래 붙들었던 지점

기획하면서 가장 신경을 쏟은 건 하나였다. 이 공간을 유저에게 어떻게 이해시킬 것인가.


지금까지 에브리타임의 모든 경험은 '우리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만 벌어졌다. 캠퍼스가 아닌 개념이 들어오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처음 들어온 유저가 화면만 보고도 스스로 답할 수 있어야 했다. 여기는 어떤 공간이고, 나는 지금 누구와 대화하고 있는 걸까. 상단에 지역명과 함께 참여 가능한 학교들을 배치한 것도 그래서였다.


처음 디자이너, 개발자와 기획을 공유했을 때 목표는 단순했다. 기존 채팅탭은 최대한 건드리지 않는다. 같은 지역끼리만 묶어준다. 최소한의 리소스로 빠르게 검증하는 것, 그게 전부였다.


그런데 논의가 깊어질수록 정리해야 할 것들이 하나씩 나타났다. 원래는 채팅방 탐색과 내가 참여 중인 채팅이 한 화면에 같이 떠 있는 구조였다. 그런데 여기에 지역 탭이 끼어들자, 참여 중인 채팅이 지역·캠퍼스·쪽지, 세 개의 탭으로 흩어지게 됐다. 만들어져 있는 채팅방 목록을 곧바로 보여줄 수도 없었다. 결국 누군가 이렇게 말했다. 이왕 손대는 거, 제대로 정리하고 가자고.


그 말 한마디에 처음 목표와는 전혀 다른 규모의 변화가 시작됐다. 참여 중인 채팅을 따로 떼어 '내 채팅'이라는 공간으로 묶었다. 지역과 캠퍼스는 탭으로 완전히 갈라, 두 개념을 확실히 구분시켰다. 캠퍼스 탭에서 채팅방을 만들 때 지역채팅도 함께 만들 수 있게 한 것도 같은 이유였다. 생성 진입점이 흩어지면, 그건 결국 유저의 혼란으로 돌아올 테니까.


최소한의 변경이라는 처음 약속은 지키지 못했다. 그래도 후회는 없다. 리소스를 아끼는 것보다, 유저가 '지역'이라는 낯선 개념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원하는 채팅방을 곧장 찾아가는 구조를 만드는 게 먼저였다.



출시 이후, 예상을 뛰어넘은 반응

지역채팅은 에브리타임이 처음으로 캠퍼스 밖을 나서는 시도였다. 유저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설렘 반 걱정 반으로 뚜껑을 열었다.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출시 첫날, 채팅방 생성 수는 전날 대비 9배로 늘었고 메시지 전송 수는 7배 뛰었다. 채팅탭 조회는 6월 기준 목표 대비 304%, 전년 동월 대비 235% 성장했다. 채팅방 방문 유저 수도 목표를 넘기며 전년 동월 대비 18% 늘었다.


그런데 숫자보다 더 반가운 장면이 두 개 있었다.


하나는 예상을 완전히 벗어난 사용 방식이었다. 관심사를 나누는 수다방 정도로 쓰일 거라 생각했는데, 유저들은 지역채팅 모임을 만들고 번개를 모으는 공간으로 쓰기 시작했다. 화면 속 대화가 실제 만남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돌이켜보면 당연한 흐름이었다. 실제로 만날 수 있는 거리의 학생들을 연결했으니, 대화가 만남으로 번지는 건 시간문제였다. 같은 또래라 관심사도 겹쳤고, 타학교 학생들이 합류하며 대화 상대의 풀 자체가 넓어졌다. '만날 수 있는 거리를 연결하면 소통의 니즈가 있을 것'이라던 처음 가설이, 유저들의 행동으로 스스로 증명되는 순간이었다.


다른 하나는 걱정과 정반대로 흘러간 결과였다. 지역채팅이 캠퍼스 채팅을 잠식하지 않을까 내내 불안했는데, 오히려 출시 이후 캠퍼스 채팅 지표도 함께 올라갔다. 지역채팅이 생기며 채팅탭 자체의 방문이 늘었고, 그 여파로 캠퍼스 채팅의 노출도 자연스레 늘었을 거다. 무엇보다 두 채팅은 애초에 다른 니즈를 담당하고 있었다. 캠퍼스 채팅은 '우리 학교' 안의 대화를, 지역채팅은 '캠퍼스 밖 생활권'의 대화를 맡았다. 서로를 잡아먹는 관계가 아니라, 각자의 자리에서 함께 자라는 관계였다.




다시 그리게 된 지도

기획하기 전, 나는 대학생의 소통을 '같은 학교'라는 단위로만 그리고 있었다. 그런데 지역채팅을 만들며 대학생들의 실제 생활 반경은 학교 담장보다 훨씬 넓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같은 학교라서 통하는 게 아니었다. 같은 일상 반경 안에서, 같은 시기를 지나고 있기 때문에 통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 깨달음은 채팅에서 멈추지 않았다. 지역채팅 이후, 지난 7월 전국 대학생이 함께 쓰는 연합게시판이 만들어졌다. 에브리타임이 '우리 학교 안의 도구'를 넘어, 대학생활 전체를 잇는 공간으로 넓어지고 있는 것이다. 지역채팅은 그 첫 번째 문을 연 기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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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윤남경 | 비누랩스 프로덕트 매니저
좋은 기능보다 필요한 기능을 만들고, 그 가치가 유저에게 닿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