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2025. 12. 11
대학생의 하루를 완성하기까지, 에브리타임 캘린더
에브리타임 프로덕트 매니저 인터뷰
대학교 시간표는 초중고와 달리 학생이 직접 과목을 선택하고 구성해요. 그래서 학생마다 전혀 다른 시간표를 가지고, 수업이 없는 공강 시간도 생기죠. 또한 학기마다 시간표가 바뀌고 강의실 이동도 많기 때문에, 대학생들에게 시간표는 필수예요. 이런 이유로 언제 어디서나 간편하게 시간표를 확인할 수 있는 에브리타임은 학생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며, 어느덧 대학생들의 필수 앱으로 자리 잡았어요.
하지만 요즘 대학생들의 하루는 단순히 수업 일정만으로는 채워지지 않아요. 학과 일정은 물론, 대외활동, 아르바이트, 스터디, 개인 약속까지 학교 안팎의 일정이 늘어나며 관리해야 할 일이 훨씬 많아졌죠.
이런 변화에 맞춰 지난 10월, 에브리타임이 ‘캘린더’ 기능을 새롭게 선보였어요. 이제 대학생들은 시간표뿐 아니라 다양한 개인 일정을 한 눈에 관리할 수 있게 되었는데요.
에브리타임의 캘린더 기능이 만들어갈 ‘더 나은 대학생활’은 어떤 모습일까요? 이번 프로젝트를 처음부터 끝까지 이끈 플랫폼프로덕트팀의 정성훈 님을 만나 자세히 들어볼게요.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 소개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비누랩스의 플랫폼프로덕트팀 프로덕트 매니저 정성훈입니다. 비누랩스에서 근무한 지는 이제 1년이 좀 넘었는데요. 그동안 사용자 경험(UX) 개선과 핵심 서비스 성과 증대를 목표로 커뮤니티, 시간표, 인앱(In-app) 채팅, 사용자 리텐션을 위한 캠페인 등 앱 내 주요 기능 및 서비스 영역 전반을 개선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어요.
지난 10월에 에브리타임에서 ‘캘린더’ 기능을 새로 선보였어요. 어떤 특징이 있나요?
그동안 에브리타임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시간표였죠. 이번에는 그 시간표를 한 단계 확장해, 팀플·시험·동아리 같은 개인 일정까지 한 번에 관리할 수 있는 새로운 캘린더 기능을 선보였어요. 평소에 쓰는 캘린더 앱과 비슷하지만, 이번 학기에 등록한 내 시간표가 자동으로 연동되고 학교 학사일정까지 함께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에요. 물론 학교에 따라 학사일정 제공이 어려운 경우도 있어요.
캘린더 기능은 어떤 계기로 기획하게 되었나요? 사용자 데이터나 인사이트가 있었는지도 궁금해요.
리서치를 진행하면서 흥미로운 패턴을 발견했어요. 유저분들이 시간표의 ‘수업 직접 추가’ 기능을 이용해 알바나 근로처럼 개인 일정까지 등록하고 계시더라고요. 그래서 직접 추가된 수업 데이터를 자세히 살펴보니, 개인 일정 등록 비율이 예상보다 훨씬 높다는 결과가 나왔죠.
이 인사이트를 기반으로, “그렇다면 개인 일정도 에브리타임에서 함께 관리하고 싶어하는 게 아닐까?”라는 가설에 더 확신을 가지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이번 캘린더 기능을 기획하게 되었어요.
캘린더를 만들면서 각 팀과는 어떻게 협업하셨나요? 그리고 그 과정에서 PM으로서 어떤 역할에 가장 집중하셨는지도 궁금해요.
캘린더 프로젝트에서는 개발팀과의 협업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어요. 이미 PM과 디자이너는 한 팀으로 운영되고 있었기 때문에, 캘린더에서 제공할 기능과 화면 흐름 같은 핵심 스펙이 어느 정도 정리된 뒤에는 해당 기능을 담당할 개발자분들과 별도 프로젝트팀처럼 밀도 있게 협업했죠.
PM으로서 집중하는 포인트는 프로젝트 단계마다 달라졌어요. 초기에는 ‘이 문제가 실제로 존재하는가’를 확인하기 위해 정량 데이터와 유저 보이스를 깊게 검토했고, 유저들이 실제로 에브리타임에 개인 일정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실존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어요.
그다음에는 이 문제가 해결됐을 때의 임팩트를 검토했는데요. 저는 문제의 강도가 크고 발생 빈도가 잦을수록 임팩트 역시 커진다고 생각해요. 그런 의미에서 일정 관리는 사용자들이 매일 경험하는 활동이기 때문에, 해결했을 때 충분히 의미 있는 임팩트를 만들 수 있다고 보았어요.
개발이 본격적으로 진행된 이후에는 실행 과정에서 모든 팀원이 같은 방향을 보고 있는지 지속적으로 점검하는 역할에 집중했어요. 같은 문장을 보고도 각자가 상상하는 모습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기록으로 남기고 이해가 일치하는지 반복적으로 크로스 체크하며 얼라인하려고 노력했어요.
캘린더를 디자인할 때, UI/UX 측면에서 특히 집중했던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먼저, 일정이 한눈에 들어오면서도 서로 확실히 구분될 수 있는 컬러 체계를 만드는 데 많은 시간을 들였어요. 색이 너무 강하면 눈이 쉽게 피로해지고, 반대로 너무 연하면 일정 간 구분이 흐려지기 때문에 그 사이의 ‘딱 알맞은 톤’을 찾는 과정이 필요했죠. 이 부분에서 디자이너 혜진님이 정말 섬세하게 고민해주셨어요.
또 캘린더는 생산성 앱의 성격을 가지기 때문에, 작은 불편 하나로도 유저가 머무르거나 떠날 수 있는 영역이에요. 특히 컬러는 캘린더의 첫인상과 전체 사용 경험을 좌우하는 요소라 여러 차례 프로토타이핑을 하며 다양한 버전을 테스트했어요. 초반엔 마음에 드는 안이 잘 나오지 않아 고민했는데, 지금의 컬러 톤을 찾았을 때 저도 혜진님도 “이거다!” 하고 바로 확신했던 기억이 나요.

개발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무엇이었고, 어떻게 해결해 나가셨나요?
가장 어려웠던 지점은 반복 일정의 케이스를 정리하는 과정이었어요. 처음에는 단순할 거라 생각했지만, 반복 일정에는 요일, 월별 날짜, 공휴일 등 다양한 예외 상황이 존재했어요. 그러다 보니 실제 구현 단계에서 예상하지 못한 다양한 엣지 케이스가 계속 등장하더라고요.
(*엣지 케이스: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잘 나타나지 않지만, 발생하면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특수한 상황)
새로운 케이스를 발견할 때마다 기존 구조와 충돌하지 않는지 면밀하게 검토해야 했고, 한 번 구조를 잡아두면 배포 후 쉽게 바꾸기 어려운 영역이라 특히 신경을 많이 써야 했어요. 그때마다 마음속으로 “아, 내가 험한 것을 건드렸구나…” 싶었던 순간이 몇 번이나 있었죠.
엣지 케이스에 대한 해석이나 솔루션도 팀원마다 조금씩 달라서, 어느 하나가 절대적으로 맞다고 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더 많이 대화하고, 더 오래 토론하는 과정이 필요했어요. 논의가 길어지면 지칠 때도 있지만, 끝까지 함께 고민해준 팀원들 덕분에 결국 안정적인 구조를 잡을 수 있었고, 무사히 출시까지 이어질 수 있었어요. 개발을 넘어 ‘팀으로 일한다’는 감각을 가장 깊게 느낀 경험이었어요.
캘린더 기능이 대학생들의 어떤 불편함을 해소하고, 어떤 방식으로 대학생활을 더 나아지게 해줄까요?
캘린더는 아직 MVP 단계라 부족한 점도 있지만, 기능을 출시하고 직접 유저들을 만나본 결과 가장 먼저 체감되는 변화는 학사일정 관리의 편리함이었어요. 수강신청·휴학신청·등록금 납부처럼 잊기 쉬운 중요한 일정들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거든요. 기존에도 에브리타임 홈에서 학사일정을 제공했지만, 기간별 확인이나 학기 전체 일정 흐름을 파악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죠.
이번에 캘린더 형태로 재정비되면서 기간·내용을 더 명확하게 볼 수 있고, 날짜를 넘겨보며 학기 전체 흐름을 미리 파악해 준비할 수 있게 된 점을 많은 유저들이 좋아해주셨어요. 실제로 출시 후 커뮤니티에서 “감다살이다”, “진심 고트 업뎃이다” 같은 뜨거운 반응이 있었을 만큼요.
두 번째로는, 하나의 앱에서 시간표와 개인 일정을 모두 관리할 수 있다는 점이 꼽혀요. 에브리타임은 하루에도 여러 번 들어오는 앱이다 보니, 그 안에서 개인 일정까지 함께 확인할 수 있다는 건 별도의 앱을 열어 일정을 체크할 필요가 없어졌다는 의미예요.
특히 일정 확인이 루틴인 유저들은 이 과정이 조금만 줄어도 편리함을 크게 체감하더라고요. 물론 개인 일정과 시간표, 학사 일정이 한 화면에 같이 보이면 복잡해 보이지 않을까 걱정하실 수 있는데요. 이 부분은 캘린더 설정에서 시간표와 학사일정을 자유롭게 켜고 끌 수 있게 해 두어, 필요할 때만 선택적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했어요.

향후 캘린더 기능을 어떤 방향으로 발전시키고 싶으신가요?
살짝 스포하자면, 앞으로는 “대학생활의 일정 관리는 어떻게 다를까?”라는 질문에 집중한 기능들을 선보일 계획이에요. 대학생활은 학생들에게 첫 사회 경험과도 같기 때문에, 이 시기에만 겪게 되는 다양한 경험들을 고려해 대학생의 생활에 딱 맞는 일정 관리 기능을 제공하려고 해요.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PM으로서 느낀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가장 많이 고민했던 건 “어디까지가 진짜 MVP일까?”라는 질문이었어요. 새로운 제품이고, 비교적 큰 리소스가 투입된 프로젝트였던 만큼, 최소한의 기능으로 의미 있는 가치를 만들어야 한다는 고민이 항상 따라왔어요. 스펙을 너무 최소화하면 “너무 작아서 Viable하지 않은 건 아닐까?” 하고 걱정하게 되고, 너무 크게 잡으면 “불필요한 리소스를 쓰는 건 아닐까?” 하는 딜레마에 빠지기 쉽죠.
MVP를 생각할 때 우리는 종종 Minimum, 즉 ‘작게 만드는 것’에만 집중하기 쉬운데요. 사실 중요한 건 Viable, 즉 실제로 유저에게 의미 있고 생존 가능한 제품을 만드는 것이에요. 경쟁 상황, 대안, 유저의 기대치 등 여러 요소가 Viable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단순히 빨리, 작게 만드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아요.
저는 개인적으로 MVP를 가설을 검증할 수 있는 최소 단위라고 생각하고, 이 기준에 맞춰 기능을 내놓으려고 신경을 썼어요. 결국 가설이 Viable을 증명하게 되고, 그 가설을 Minimum한 방식으로 검증할 수 있어야 하니까요. 이번 캘린더 프로젝트를 돌아보면, 잘한 부분도 있었고 아쉬운 부분도 있었어요. 어떤 부분은 생각보다 단순했어야 했고, 또 어떤 부분은 디테일을 좀 더 챙겼어야 했더라고요. 아직도 어렵지만, 앞으로는 유저의 맥락과 상황을 더 구체적으로 상상하며 가설을 뾰족하게 다듬고, 제 나름의 MVP 직관력을 길러나가고자 합니다.
마지막 질문입니다. 에브리타임은 대학생이라는 특정 타깃을 다루는 서비스인데요. 에브리타임 PM에게 특히 필요한 역량이나 시각이 있다면 어떤 걸까요?
질문에 답이 이미 담겨 있는 것 같아요. 에브리타임은 ‘대학생’이라는 아주 뚜렷한 라이프스타일을 가진 타깃을 다루는 서비스이기 때문에, 무엇보다 이들에 대한 호기심이 중요한 역량이라고 생각해요.
호기심은 사실 조직이나 업종을 가리지 않고 PM에게 늘 필요한 태도이지만, 대학 생활은 과거와 달라진 점과 여전히 그대로인 점이 공존하는 영역이라 더욱 그런데요. 그 사이에서 유저가 진짜로 중요하게 느끼는 것이 무엇인지 포착하는 능력이 필수적이에요.
저는 이 과정을 종종 ‘탐정 놀이’에 비유하곤 해요. 아주 작은 단서가 핵심 정보를 알려주는 경우가 정말 많더라고요. 그리고 호기심이 많을수록 그런 단서를 발견할 확률이 높아집니다.
그래서 저는 가능한 많은 유저를 직접 만나보려고 해요. 최근에도 에브리타임이 아니더라도, 사람들이 캘린더 앱을 통해 어떻게 일정을 관리하는지 궁금해서 일주일 동안 12명의 유저를 인터뷰했어요. 이런 경험들이 작은 단서를 발견하는 감각을 조금씩 키워주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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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훈님과의 대화를 통해, 지난 15년 동안 에브리타임이 대학생들의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꾸준히 발맞춰올 수 있었던 이유를 알 수 있었어요. 대학생들의 하루를 세심하게 관찰하고, 그 안에서 발견한 단서를 바탕으로 가설을 세우며, 이를 제품으로 녹여내는 과정이 반복되어 왔기 때문이죠. 플랫폼프로덕트팀은 앞으로도 학생들을 더 가까이에서 관찰하고 진짜 필요를 정확히 포착해 에브리타임을 계속 발전시켜 나갈 예정이에요. 다음에는 대학생활의 어떤 순간을 함께하게 될까요? 에브리타임의 다음 행보도 기대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