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
2025. 10. 28
AI로 일하는 방식을 업그레이드하다
2025 VINU AI 해커톤, 그 한 달의 기록
올 한 해를 관통하는 메가 트렌드는 단연 ‘AI’였어요. 이제 AI는 산업 전반과 일상 속에 깊숙이 자리 잡으며, AI 없는 세상을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죠. 특히 생성형 AI의 발전은 기업의 업무 방식과 제품 개발 프로세스 전반을 바꿔놓고 있어요.
비누팀 역시 예외가 아니에요. 지난 7월, 업무 효율성과 생산성 향상을 목표로 생성형 AI를 본격 도입했고, 개발 직군 중심의 코드 작성·리뷰 특화 AI 도구까지 사용하기 시작했어요. 이처럼 AI를 조직 문화 속으로 자연스럽게 녹여내기 위한 다양한 실험과 학습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그중 대표적인 시도가 바로 지난 8월부터 9월까지 약 한 달간 진행된 ‘2025 VINU AI 해커톤’이에요. ‘대학생 및 고등학생 사용자의 니즈를 파악해, 생성형 AI를 활용한 웹·앱 솔루션 도출’하는 것을 주제로 진행됐어요. 이번 행사는 AI 도구를 실무에 직접 적용하고, 다양한 직군이 협업하며 창의적인 문제 해결을 시도하는 경험의 장이었어요.

그리고 지난 8월 26일, 첫 워크숍이 열리며 해커톤의 막이 올랐어요. 행사에는 프로덕트 직군의 모든 멤버들이 참여해, 직무 구분 없이 무작위로 3인 1팀을 구성했죠. 총 10개 팀이 만들어졌고, 이는 기획자·디자이너·개발자라는 전형적인 조합에서 벗어나 예상치 못한 시너지를 발휘하기 위한 실험적 구성이었어요.
이어서 AWS 코리아와 함께 아마존의 대표적인 제품 개발 방식인 ‘워킹 백워즈(Working Backwards)’를 이해하고 실습하는 시간을 가졌어요. 워킹 백워즈는 제품 아이디어가 아닌 고객의 관점에서 출발해 필요한 기능과 프로세스를 역으로 설계하는 아마존 특유의 개발 철학이에요. 구체적으로는 고객의 니즈에서 출발해 ‘프레스 릴리스(Press Release) 작성’ → ‘FAQ 작성’ → ‘UX 설계’ → ‘프로토타입 제작’ 순으로 역방향으로 접근하는 방법론이죠.

이날 워크숍에서는 팀별로 사용자 페르소나를 설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가상의 보도자료를 작성하며 아이디어를 구체화했어요. 이 후 참가자들은 평소 업무와 해커톤 프로젝트를 병행하면서, 대학생들의 문제를 해결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모색하기 위한 모임을 이어갔어요.

1차 결과물을 제출한 뒤에는 팀별로 프로젝트를 보완하며 다듬는 과정을 거쳤어요. 이와 함께, AI 설계부터 구현, 운영까지 실무형 기술 역량을 키우는 Bedrock 워크숍도 진행되었어요. 참가자들은 AWS 인프라를 활용해 서비스에 적용 가능한 AI 워크로드를 직접 구축해보는 시간을 가졌죠.
그리고 시간이 흘러, 대망의 해커톤 마지막 날이 찾아왔어요.
지난 한 달간 치열하게 고민하고 토론하며 만든 결과물을 심사위원과 다른 참가자들 앞에서 선보이는 자리였던 만큼 다소 긴장된 분위기였지만, 모두 차분하게 팀의 결과물을 발표했어요.

심사는 AI 도구 활용도, 문제 해결력, 완성도 등을 기준으로 진행되었고, 특히 AI를 얼마나 창의적으로 활용했는지, 실제 사용자의 문제를 얼마나 잘 풀어냈는지가 핵심 평가 포인트였어요.

그 결과, 대학생들의 복잡한 일정을 AI로 분석해 손쉽게 그룹 스케줄링을 돕는 ‘캘박’을 개발한 갸라도스 팀이 대상을 차지했어요. 또 리자몽 팀은 AI를 활용해 커뮤니케이션 역량을 높이는 플랫폼을 선보이며 우수상을 거머쥐었어요! 이 밖에도 대학생활, 커리어, 콘텐츠 제작 등 다양한 분야에서 AI를 접목한 아이디어들이 이어지며, 10개 팀이 발표하는 내내 지루할 틈이 없었죠.
대상을 수상한 가랴도스 팀은 대학생들만의 특수한 상황 속에서 일정 관리의 어려움을 포착하고, 이를 AI를 활용해 손쉽게 그룹 약속을 잡을 수 있다는 점과 완성도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어요. 어떤 과정을 통해 이런 아이디어가 탄생했을까요? 그리고 한 달간 해커톤에 참여하며 어떤 경험을 했을지 궁금해지는데요.
지금부터 대상팀 갸라도스와 자세한 이야기를 나눠볼게요!

Q. 안녕하세요. 먼저 대상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간단한 팀 소개를 부탁드릴게요!
공통 답변 | 저희는 각자 다른 물에서 헤엄치던 ‘잉어킹 세 마리’가 모여, 해커톤을 통해 진화한 용인 ‘갸라도스’ 팀입니다. 이번 해커톤은 팀이 랜덤으로 구성되는 방식이었는데요. 비누커리어의 PM 주현님, 비누랩스의 안드로이드 개발자 창엽님, 그리고 비누커머스의 백엔드 개발자 근호님까지 서로 다른 서비스와 역할을 맡고 있던 세 사람이 처음으로 한 팀이되었어요.
비록 서로 다른 서비스와 역할을 맡고 있었지만, 대학생을 위한 서비스를 만들고 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대학생의 불편함을 AI로 해결해보자!’라는 목표로 빠르게 뜻을 모을 수 있었어요.
그 결과, 대학생들이 단체 약속을 잡을 때 겪는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기능인 ‘캘박’을 개발했고, 운 좋게도 이 프로젝트로 이번 사내 해커톤에서 대상을 수상하게 되었어요!
Q. 해커톤에서 대상을 수상한 ‘캘박’의 출발점은 어디였나요?
공통 답변 | 아이디어의 시작은 언제나 그렇듯이 ‘대학생이 겪는 어려움’이었어요. 시험 공부 플래너, 졸업 요건 또는 강의실 간의 이동거리까지 고려하는 시간표 마법사, 교환학생과 관련된 정보를 시각화하는 법 등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나왔어요. 그 중 대학생들이 약속을 잡기 위해 단체 채팅방에서 수십 번에 거쳐 의견을 주고 받아야 하는 비효율에 집중하기로 했죠. 약속을 잡기 위해 소요되는 시간과 감정이 상당하거든요.
모두에게 최적의 약속을 찾아내는 데에 AI가 제격이기도 하고, 지난 9월 에브리타임에 ‘캘린더’ 기능이 새로 릴리즈되어서 이 기능을 잘 만들면 에브리타임에 적용하는 데도 효과적이라고 생각했어요. 보편성, 기술적 임팩트, 그리고 기존 자산과의 연계성까지 고려해 이번 해커톤의 과제로 캘박 프로젝트를 선정했어요.
Q. ‘워킹 백워즈(Working Backwards)’ 방식이 이번 작업을 하며 실제로 도움이 되었다고 느끼셨나요?
창엽 님 | 워킹 백워즈 방식의 가장 큰 장점은 처음부터 ‘고객 가치’에 집중할 수 있었다는 점이에요. 프로젝트 초기에 보도자료를 작성하다 보니 “이 기능이 성공하려면 사용자가 어떤 경험을 해야 할까?”가 훨씬 명확해졌어요. 덕분에 불필요한 기능보다는 AI가 최적의 시간과 장소를 제안하고, 터치 몇 번으로 약속이 확정되는 경험에 집중할 수 있었어요.
또 PR/FAQ 문서를 작성하면서 이번 프로젝트에서 꼭 해야 할 일과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명확히 구분할 수 있었어요. 그 과정에서 미리 어려움이 될 만한 부분도 확인할 수 있었고, 팀원들 모두가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빠르게 MVP를 완성할 수 있었어요.
결국 워킹 백워즈는 “무엇을 만들까”가 아니라 “왜, 누구를 위해, 어떤 경험을 만들까”를 끝까지 잊지 않게 해주는 프레임워크라고 생각해요.
Q. 아이디어를 구현하는 과정에서 생성형 AI를 어떻게 활용하셨나요?
주현 님 | 단순한 보조 도구를 넘어, AI를 모든 과정에 함께 참여하는 동료처럼 쓰려고 했어요.
실제로 PR/FAQ 작성부터 유저 스토리·기능 명세서 작성, 화면 디자인, 인터랙션 요소 추가까지 전 과정에서 Gemini, Cursor, Notion MCP, Figma Make 등 다양한 AI 툴을 적극적으로 도입했죠. 기획 단계에서는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고 논리적인 빈틈을 점검해 주는 동료로, 디자인 단계에서는 팀에 부재한 디자이너의 역할을 대신하는 파트너로 함께했어요.
창엽 님 | 프로젝트 전 과정에서 AI를 개발 효율화를 돕는 도구로 활용했어요.
안드로이드 앱 계발 단계에서는 웹으로 구현된 서비스를 WebView 환경에서 자연스럽게 동작하도록 통합했는 데, 이때 생성형 AI 기반 도구들을 적극적으로 썼어요. 특히 기획 단계에서 정리한 기술 명세서를 바탕으로, 안드로이드 스튜디오 플러그인 Firebender를 활용해 자동 코드 생성을 진행했는데요. 이 도구의 AI 코드 생성 기능 덕분에 XML 레이아웃과 Kotlin UI 로직을 빠르게 만들고 수정까지 할 수 있었고, 디펜던시가 없는 작업끼리는 병렬적으로 생성이 가능해서 업무의 생산성과 일관성이 크게 향상되는 경험을 할 수 있었어요.
결국 생성형 AI는 단순한 보조 도구가 아니라, 디자인과 개발의 간극을 메우고 프로토타이핑 속도를 혁신적으로 끌어올린 핵심 파트너였어요.
Q. AI를 활용하며 “이건 정말 편리하다” 혹은 “이건 아직 어렵다”고 느낀 순간이 있었나요?
근호 님 | AI를 활용하면서 가장 편리했던 점은 머릿속에 떠오른 아이디어를 바로 구현해볼 수 있다는 점이에요. 예전에는 새로운 기능이나 기술을 적용할 때마다 자료와 예제를 찾아보고, 직접 실험하는 등 여러 과정을 거쳐야 했어요. 하지만 이제는 AI에게 요청하면 즉시 시도하고 결과를 볼 수 있게 되었어요.
다만, AI가 내놓는 결과가 제가 원하는 미세한 디테일이 정확히 반영되지 않았어요. 머릿속의 미묘한 뉘앙스나 암묵적인 맥락을 구체적으로 설명해도, 온전히 전달하기는 쉽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요즘은 AI를 프로토타입 제작 도구로 활용하고, AI가 만들어준 뼈대 위에 제가 원하는 미세한 디테일과 뉘앙스를 직접 더하는 방식으로, AI와 시너지를 내는 방법을 찾고 있어요.
Q. 이번 해커톤을 통해 성장했다고 느낀 부분이 있나요?
주현 님 | 직무 구분 없이 팀이 랜덤으로 구성되다 보니, 저희 팀은 프로덕트 매니저(PM), 백엔드 개발자, 안드로이드 앱 개발자로 이루어졌고 디자이너가 없었어요. 디자이너의 부재를 메우기 위해 PM인 제가 기획뿐 아니라 디자인까지 빠른 시간 안에 데모 수준으로 구현해야 했고, 그 과정은 제게 큰 도전이었어요.
다행히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인터랙션까지 포함된 디자인 작업도 충분히 해낼 수 있었어요. 특히 Figma Make를 사용하며 기획자의 의도를 시각적으로 구현하는 과정을 다시 깊이 생각해볼 수 있었죠.
결과적으로 프로덕트 전체를 바라보는 시야가 넓어졌고, AI를 통해 직무의 경계를 넘어 더 다양한 역할을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어요.
근호 님 | AI 해커톤이었던 만큼, AI를 실제로 ‘활용하는 역량’이 가장 크게 성장했다고 느꼈어요. 이번 경험을 통해 AI를 단순한 도구로 사용하는 수준을 넘어, 업무 프로세스에 어떻게 자연스럽게 녹이고, 기능적으로 어떻게 접목할 수 있을지 깊이 고민하고 실험할 수 있었어요.
해커톤 기간 동안 다양한 AI 툴을 활용하며, 프롬프트를 설계하고 그 결과를 다시 AI에게 피드백시키는 ‘AI로 AI를 개선하는’ 반복 과정을 여러 번 거쳤는데요. 이런 경험 덕분에 짧은 시간 안에 프로젝트를 완성할 수 있었고, 지금은 실제 업무에서도 이러한 방식을 적용해 업무 속도를 높이고 있어요.
Q. 이번 경험이 앞으로의 업무에 어떤 영향을 줄 것 같나요?
주현 님 | 이번 경험은 우리 팀의 일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계기가 되었어요. 해커톤 이후에는 모든 프로젝트의 출발점을 고객 가치에 두고,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빠르게 실행하는 문화를 정착시키자는 공감대가 팀 내에 생겼어요.
이제는 단순히 업무 효율화를 위한 수단으로서의 AI가 아니라, 기존에는 불가능했던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도구로서 이번 경험을 적극적으로 이어가고 싶어요.
근호 님 | 이번 해커톤은 AI와 함께 일하는 방식을 직접 체득한 계기였어요. 이전까지는 AI를 단순한 참고 도구로만 여겼지만, 이번 경험을 통해 AI를 팀의 일원처럼 활용할 때 협업의 효율과 완성도가 눈에 띄게 높아질 수 있음을 실감했어요.
특히 백엔드 개발자로서, 그동안은 디자인이나 기획이 모두 완성된 뒤에야 개발을 시작했는데 이번에는 AI가 생성한 시안과 텍스트를 기반으로 빠르게 프로토타입을 검증하고 개선할 수 있었죠. 물론 AI가 있다고 해서 무조건 속도가 빨라지는 건 아니에요. AI의 결과를 이해하고 적절히 다듬을 수 있을 때 비로소 진짜 효율이 생긴다는 걸 경험으로 배웠어요.
또 하나 얻은 깨달음은, AI가 제시한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건 위험할 수 있다는 점이에요. 프로젝트 초반에는 AI가 제안한 디자인이나 문구를 그대로 사용했다가, 의도와 다르게 전달되거나 실제 서비스 문맥과 어긋나는 경우가 있었거든요. 그래서 앞으로는 AI의 결과를 참고 자료로 활용하되, 최종 판단은 사람이 내리는 프로세스를 유지하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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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해커톤은 단순히 AI를 활용하는 법을 배우는 것을 넘어, AI와 함께 일하는 새로운 방식을 직접 체험하고 사내에 정착시키는 귀중한 시간이었어요. 한 달간 새로운 방식에 도전하며 체득한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 비누팀이 AI와 함께 만들어낼 시너지가 더욱 기대가 됩니다.